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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던 땅에서 노다지가` 땅 주인 대박

`쓸모없던 땅에서 노다지가` 땅 주인 대박

 
입력: 2012-09-03 17:33 / 수정: 2012-09-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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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 매버릭 분지에서 작업자들이 설비를 이용해 셰일가스를 채굴하고 있다. 이글포드=조미현 기자


“쓸모없어 보이는 황무지의 주인들이 몇 년 사이 대부분 백만장자가 됐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방문한 이글포드(Eagle Ford)의 셰일가스 개발현장 관계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미국 텍사스주 남서부 샌안토니오 시에서 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현장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5000여명의 주민이 사슴 사냥으로 생계를 꾸리던 이 지역 일대는 지난 4년 사이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상전벽해를 이뤘다. ‘21세기 금광(金鑛)’으로 불리는 셰일가스가 발견된 것이다.


○한해 유정만 800여개

이글포드 내에서도 셰일가스 개발이 한창인 매버릭 분지에 들어섰다. 변변한 건물 하나 없이 초목으로 뒤덮인 황무지가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다. 물과 모래를 실은 대형 트럭들은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도로 위를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었다.

“불황요? 여기 이글포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황(boom)인 곳 중 하나일 겁니다.”

미국 자원개발업체 아나다코의 대니 브라운 사업총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낮 기온 40도, 체감온도 50도에 육박하는 불볕 더위에도 현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50여m 높이 시추 타워는 쉴 새 없이 굉음을 내며 땅을 뚫고 있었다. 지난해에만 이 일대에 약 800여개의 유정(油井)이 생겼다.

아나다코는 이글포드에서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대형 개발업체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40만에이커(약 1620㎢) 규모의 땅에서 석유로 환산했을 때 하루 10만배럴(1배럴=158.9ℓ)의 셰일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200만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석유공사는 아나다코와 15억5000만달러를 들여 23.67%의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국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이 석유와 기존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수급에 매달려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이글포드를 포함해 셰일가스 광구에 대한 투자도 너무 늦게 이뤄졌다”고 아쉬워했다.

○“한국도 개발·도입 서둘러야”

셰일가스는 지하 2000m 깊이로 땅을 뚫고 들어가 모래와 진흙으로 단단하게 굳어진 암석층(셰일층)에서 뽑아낸다. 설비를 갖추고 개발작업을 할 수 있는 땅 위와 셰일가스가 묻혀 있는 땅 속 주인은 엄연히 다르다. 땅 속 주인인 아나다코와 같은 개발업체들은 땅 위 주인들에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사용료는 1에이커(4047㎡)당 2만5000달러 선에서 형성된다는 전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10년 미국 천연가스 총생산량의 23%에 불과했던 셰일가스 비중은 2035년 49%(2억9000만t)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제한적으로 셰일가스 수출을 허용하고 있는 탓에 2010년 미국 셰일가스 수출량은 2600만t에 머물렀다. 2015년 후부터는 수출량이 한국 연간 가스소비량의 2배인 7000만t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도 2017년 가스공사가 미국 셰니에르사로부터 20년 동안 매년 350만t의 셰일가스를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이날 이글포드를 방문한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은 “셰일가스는 수송비용을 감안해도 전통 가스보다 30%가량 값이 싼 것으로 추정된다”며 “에너지가 부족한 한국도 이제 광구개발 및 도입계약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안토니오로 돌아오는 57번 국도 주변에는 아나다코뿐 아니라 체사피크 쉘 등 미국의 대형 자원개발업체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 같은 미국 업체를 비롯 80여개 다국적 회사가 이글포드의 셰일가스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글포드는 ‘뉴 에너지(new energy)’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치열한 각축장이었다.

샌안토니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 셰일가스

shale gas. 주로 진흙으로 이뤄진 암석층(셰일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다. 미국 중국 중동 러시아 등에 전 세계가 향후 최장 12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채굴기술력을 갖춘 미국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