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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인터뷰

2004년 데뷔해서 지금까지 스무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심은경. 작품 수만 많은 게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 받기도 했다. 최근 미국 피츠버그 유학을 앞두고 출연한 영화 [써니]는, 열여덟 살 소녀 심은경의 가장 밝고 찬란한 순간들을 건져 올린다. [써니]에서 7공주 중 '나미'를 연기한 심은경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욕설을 구사하며 '개그'의 경지를 보여주는가 하면, 첫사랑에 빠진 사랑스런 소녀의 표정을 짓기도 한다. 1980년대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힌 영화 [써니]. 그곳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심은경은, 이 여행을 끝으로 잠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 이 인터뷰는 심은경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국내에서 한 마지막 인터뷰다.

l신민경(영화 저널리스트) 사진제공| 토일렛픽쳐스, 알로하픽쳐스 구성| 네이버영화

[써니]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심은경 인터뷰


"처음으로 엄마의 도움 없이 연기했어요"

  •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어때요? 만족스럽나요?

    정말 만족스러워요. 뭐랄까.... 완성도가 아주 높은 것 같아요. 시나리오보다 더 잘 나온 것 같고. 뿌듯하더라고요.


    [써니]엔 "심은경에게 저렇게 허술한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귀여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 이제까지 출연한 영화 [불신지옥](2009)이나 [헨젤과 그레텔](2007), 드라마 [태양의 여자](2008) 등을 보면 대체로 무거운 역할이었는데, 이번엔 좀 달라 보이던데요? 특히 욕하고 막춤 추는 장면에서는 "심은경에게 저렇게 허술한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귀엽기도 하고.

    아, 그랬나요?(웃음) 이번 영화에서는 평범한 10대 소녀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강형철 감독님이 원하신 것도,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똘망똘망한 소녀의 모습이었어요. 근데 또 나미의 어떤 면들은 저하고 비슷한 점이 많아요. 어리바리하거나 막춤 추는 모습은 원래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잘 나타난 것 같아요.

  • 사투리나 욕은 어떻게 익혔어요?(극중 심은경은 전라도 벌교에서 전학 온 '나미'로 출연한다.)

    그 두 가지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사투리는 제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어렵더라고요. 전라도 출신이 아니다 보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로맨틱 헤븐](2011)에 같이 출연했던 이한위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가르쳐 주셨어요. 정말 체계적으로!

  • 마치 언어 강습 받듯이?(웃음)

    네! 진짜 언어를 배운다는 느낌으로요. 시나리오에 여백이 있었는데, 이한위 선생님이 거기에 '사투리는 리드미컬하게! 동그라미 친 부분은 액센트!'라고 표기해 놓으셨어요. 재밌었던 게, 전라도 사투리에 "오메!"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에도 작게 놀랄 때와 크게 놀랄 때 강도의 차이가 있더라고요. "오메!" 같은 말을 습관처럼 해야 진짜 전라도 사람 같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욕하는 장면은 정말... (한참 웃음) 감독님이 처음 의도하신 건 "저게 대체 무슨 말이지?"란 생각이 들게 하는 거였어요. 이걸 어떻게 풀어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소리만 빽빽 지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랩을 하듯 읊조리다가... 그것도 재미없어서 패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불신지옥]을 참고하게 되더라고요. 그 영화에서 했던 것보다 좀 더 경기를 일으키자고 했죠.(웃음) 경기 일으키는 장면을 연기하다 보면 중간에 목소리가 바뀌는 때가 있어요. 진짜 빙의가 되는 거죠.(웃음)


    항상 주눅 든 듯한 모습의 나미(좌). [써니]에서 심은경이 만들어낸 명장면, '빙의 신'(우).
  • '테마 영화 추천'을 보면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이나 [파라노이드 파크](2007) 등이 있던데, 은경 씨가 어떤 취향인지 알 것 같아요. 그에 비하면 [써니]는 자신의 취향과 완전히 맞는 영화는 아니었을 텐데요.

    장르 자체는 제 취향이 아니지만, 일단 시나리오가 아주 재밌었어요. 재미가 없었으면 저는 그때 유학을 갔겠죠. 그리고 '나미'라는 캐릭터가, 다양한 폭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어요. 그 동안 좀 어두운 영화를 많이 해서 밝은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때 마침 [써니]가 들어와서 출연하게 된 거죠.

  • [써니]는 1980년대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즐거움을 주는 영화지만, 은경 씨는 그 시대가 생소하지 않았나요?

    아니에요. 저도 옛날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고,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서 그 당시 문화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려움이나 거리낌은 없었어요. 1980년대나 지금이나 문화만 다를 뿐, 10대들이 생각하는 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나미를 연기하면서 10대의 평범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 이제껏 아저씨뻘 되는 선배님들과 같이 작업하다가, 또래 여배우들과 함께 출연한 것도 독특한 경험이었겠어요.

    네. 보통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면 신경전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시는데, 저희 영화에서는 진짜 그런 건 없었어요. 정말 남자들보다 더 끈끈한 의리와 우정이 있었던 현장이었어요. '써니' 멤버 언니들과는 영화에 나왔던 그대로 현실에서도 잘 지냈고, 그 이상을 넘어선 적도 많이 있어요. 진짜 재밌었어요.


    전작들과는 달리 또래 연기자들과 함께 했던 [써니] 현장.
  • 강형철 감독님은 현장에서 어떤 디렉션을 주던가요?

    감독님, 진짜 재밌으세요. 점잖고 조용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계속 같이 지내다 보니까 은근한 유머도 있고. 언니들이 감독님 흉내를 진짜 많이 냈어요.(웃음) 배운 것도 많아요. 감독님이 영화 들어가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영화를 통해 아역배우 심은경이 아닌 배우 심은경으로 거듭나 보자. 내가 많이 도와주겠다."

    그러면서 부탁하신 게, 제가 지난 6년간 연기적인 부분에서 엄마한테 많은 걸 물어봤었는데 이번에는 엄마한테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감독님 몰래 엄마한테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엄마는 딱 자르면서 "그건 너와 감독님만이 상의해서 결정할 문제이지, 내 권한은 아닌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 감독님과 더 대화를 많이 하게 됐어요. 이번 영화는 오로지 감독님과의 소통으로만, 제 생각으로만 만들어낸 것이라 여러 모로 의미가 참 깊어요.



"더 넓은 세상에서 나를 확인하고 싶었어요"

  • 이제껏 은경 씨는 자신을 '아역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나요?

    감히 '배우'라는 호칭을 다는 걸 저 스스로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더 많이 배워야 하고 경험해야 할 것도 많은데, 칭찬 좀 받았다고 해서 '배우 심은경', '여배우' 이런 말을 쓰는 건 아직까지 어색해요. 그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아역배우' 그 이상은 좀 되지 않나 생각해요.(웃음) 아직까지 '배우'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불확실한 것도 많지만, 전보다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어요.


    틴에이저의 문턱을 갓 넘었던 아역 초기의 작품들. 드라마 [황진이](좌)와 [태왕사신기](우).
  • [써니]처럼, 학창 시절에는 패거리 안에 있으면 참 든든하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은경 씨는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이 어땠나요? 배우 생활을 하다 보면 친구들과 계속 붙어 다니긴 힘들었을 텐데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 진짜 평범했어요. 처음에는 연예인이라고 좀 관심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다같이 잘 지냈어요. 그리고 제 친구들 중에 7공주 같은 멤버들이 있어요. 인원도 딱 7명이고, 그 친구들과 중학교 3학년 때 나눈 추억이 많아요. 그만큼 지극히 평범한 학생으로 살았어요. 어쩌면 보통 학생들보다 더 평범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 그렇게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던 시기에 유학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뭔가요?

    지난 6~7년간 너무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해오다 보니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었어요. 뭔가에 항상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는 것도 있었고요.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이 놀고 느끼고 배우고, 저 혼자서 이겨낼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제가 연기할 때, 더 넓게는 살아갈 때 필요한 강인한 마음을 키워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학을 결정했어요. 그냥 은경이는 평상시에 어떤 생활을 할까 궁금했는데, 한 넉 달 경험해보니 지극히 평범하더라고요!

  • 피츠버그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거의 시골이라고 하던데.(웃음)

    굉장히 조용하고 크지도 않으면서, 공부하기에 좋은 도시에요. 처음 유학을 경험하는 저에게는 안성맞춤인 것 같아요. 일탈할 위험도 없고!(웃음) 가끔씩 도를 닦는 기분도 드는데, 지금은 아주 만족스러워요.


    심은경은 1980년대의 꿈 많고 순수한 소녀 '나미'를 완벽하게 소화해 보여준다.
  • 외롭지는 않나요?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일단 가족들이 보고 싶어요. 그때마다 엄마에게 전화하곤 하는데, 엄마는 "외로움도 다 느껴 봐라. 그게 나중에 인생을 살아갈 때 좋은 밑거름이 될 거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을 듣고 위로가 되는데, 일단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고 프로젝트 준비하느라 워낙 바쁘니까 외로워할 겨를도 없어요.

  • 어릴 때 굉장히 내성적이었다고 들었어요. 6~7년간 배우로 살면서 성격에 변화가 생겼나요?

    일단 지금 기자님과 대화하고 있는 게 많이 변한 거예요.(웃음) 예전에는 말 한 마디 못했어요. "예",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었거든요. 지금도 그런 게 약간은 남아 있어요. 낯선 사람들한테는 인사도 잘 못하고 굉장히 조용해요. 그런데 일단 친해지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장난도 잘 쳐요. 연기가 성격을 변화시키는 데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보다 올드 팝을 더 좋아하는 건 누구의 영향인가요?

    엄마가 삼촌들 따라서 팝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부모님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았다기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이 좋아져서 저 혼자 찾아서 들었어요. 누구의 영향도 아닌 것 같아요.

  • 음반과 책 수집도 많이 한다면서요.

    네! 음반은 정말 많이 사요. 용돈 생길 때마다 음반 사러 갈 생각밖에 안 나요. 촬영이 없을 때도 음반 구경하러 다니는 게 낙이에요. 예를 하나 들자면, 비틀즈 앨범은 거의 다 있어요. 미국에서는 LP까지 샀어요. 3달러 좀 넘게 주고 샀나? 그것도 레드 앨범으로! 운이 아주 좋았죠. 지금 미국에 있는 제 방에 고이 잘 모셔놓고 있어요.(웃음)


    [라 붐]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신(좌). [써니]의 나미는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다(우).
  • 보통 여자 아역배우들은 공주 같고 굉장히 예쁘장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에 비하면 은경 씨 매력은 털털하고 보이시한 쪽인데, 혹시 여성스러운 옷을 좋아한다거나 예쁘게 보이려는 노력을 한 적이 많나요?

    안 그래도 요즘 엄마가 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싶어하세요. 좀 예쁘게 보이자면서. 근데 저는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한 적은 별로 없어요. 오히려 남자 같은 옷이 많아요. 치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털털하게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에요. 평상시에는 트레이닝복이나 오빠가 물려준 옷 입고 있고.(웃음)

  • 그러고 보니 [써니]에서는 나미 옷이 제일 촌스러웠네요.(웃음)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그 청-청(청바지-청재킷) 패션! 뭐랄까... 아주 편하면서도 나름 재밌더라고요.

  • 어릴 때 따로 연기를 가르쳐준 선생님이 있었나요?

    아니요. 어릴 때는 엄마의 도움이 컸고, 작품을 하나씩 끝내면서 스스로 깨우쳐간 게 많아요.


    [써니]에서 나미가 보여주는 '그때 그 시절' 패션.
  • 캐릭터에 한 번 빠져들면 잘 못 빠져나오나요?

    제가 뭐, 히스 레저처럼 그렇게까지 몰입하는 건 아니지만 한 번 빠져들면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는 부분은 있어요.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그 상황에만 집중하는 거죠. [불신지옥] 때는 신들린 장면을 찍으면서 그 감정에서 못 헤어 나온 기억도 있는데, 그렇게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어요. 촬영하다가도 금방 헤어 나와서 야식 먹고.(웃음) 어렸으니까요.



"무아지경의 순간 때문에 연기가 좋아요"

  • 2004년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다작을 했어요. 그 중에서 본인은 정말 좋았는데 대중들이 별로 사랑해주지 않아 아쉬웠던 작품은 어떤 것이었나요?

    [불신지옥]이 참 아쉬웠어요. 많은 분들이 이런 한국식 공포영화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 외로 작품성이 너무 짙다 보니까 대중들이 공감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나 봐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애착이 많이 간 작품이에요. 최근에 찍은 [퀴즈왕](2010)이나 [로맨틱 헤븐]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실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결과가 안 나와서 아쉬웠어요. 찍을 때는 참 재밌었는데... 근데 전 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 알아주실 분들은 알아주시고,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할 수 없고요. 각자 개인의 취향이 있으니까요.


    [불신지옥](좌)과 [헨젤과 그레텔](우).
  • [퀴즈왕]에 이어 [로맨틱 헤븐]까지, 연달아 장진 감독의 영화에 캐스팅됐어요. 장진 감독은 한 배우와 꾸준히 작업하는 스타일인데, 일명 '장진 사단'에 합류해본 소감이 어떤가요.

    저야 과분할 정도로 좋았죠. 감독님께서 많이 예뻐해 주시기도 했고. 장진 감독님은 참 잊을 수 없는 스승님 같은 분이세요.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면서, 돈 주고도 못 배울 것들을 많이 배웠으니까요.

  • 예전에 함께 작업했던 분들과는 꾸준히 연락하는 편인가요?

    네! [헨젤과 그레텔]의 전 스태프들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요. [불신지옥]의 이용주 감독님은 가족 같아요. 항상 시사회에 오셔서 조언도 해주시고, 고민 상담도 많이 해주세요. 다음 작품에서는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꼭 시켜달라고 말씀 드리고 있어요.(웃음) 장진 감독님과도 계속 연락하고 있고요. 영화를 한 편씩 하다 보면 또 다른 인연들이 쌓이는 게 아주 좋아요.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니, 저한테는 복이죠.

  • [헨젤과 그레텔]의 임필성 감독님과는 단편 [지상의 밤](2010)에서도 만났죠?

    아, 그게...(웃음) 임필성 감독님이 연출하신 게 아니고, 배우로 출연하신 영화였어요. 감독님은 [헨젤과 그레텔] 때 촬영하셨던 김지용 감독님이에요. 김지용 감독님이 아이폰으로 찍는 단편영화가 있다며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셔서, [써니] 찍고 나서 새벽에 3시간 정도 촬영했어요. 임필성 감독님이 제 아빠로 출연하셨는데(웃음) 정말 재밌었어요. 감독님 명연기가... 아휴~ 예술이었어요!


    [퀴즈왕](좌)과 [로맨틱 헤븐](우). 최근 두 편의 장진 감독 영화에 출연했다.
  •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멋모르고 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때요? 연기하는 게 많이 좋아졌나요?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인 것 같아요. 연기에 빠져 무아지경에 빠지는 그 순간 때문에! 그 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밤새 촬영해도 무아지경으로 캐릭터에 빠지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막 힘이 생기고 졸리지도 않아요. 굉장히 희열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요? 그 이유 때문에 계속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 궁극적인 꿈이 배우인가요?

    글쎄요, 아직도 꿈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게 아주 많아요. 영화감독도 하고 싶고, 음악도 하고 싶고. 미국에서 제가 사는 곳에 앤디 워홀 뮤지엄이 있는데, 최근에는 거기 갔다와서 미술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근데 아직은 관심이 있는 정도지, 제가 워낙 그림을 못 그려서요.(웃음) 일단은 미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는 게 제 목표에요.

  • 화 나고 짜증 날 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요?

    여느 10대가 그렇듯, 엄마한테 "몰라, 짜증 나!" 이런 식으로 짜증 부리는 것 같아요.(웃음) 엄마가 워낙 잘 받아주세요. 엄마한테는 제가 마냥 어린 딸이니까요.


    심은경에게 [써니]는, 아역 시절을 마감하는 상징적인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보여준다.
  • 남자친구로는 어떤 사람이 좋아요? 혹시 [써니]에 나오는 김시후 같은?(웃음)

    흠... 제가 아직까지 이성에 눈을 뜨지 않아서....(웃음) 근데 강동원 오빠는 참 좋아요. 헤헤. 그분의 마인드에 영향을 받은 게 좀 있어요. 이건 지극히 제 생각이지만, 강동원 오빠가 작품 활동을 하는 걸 보면 굉장히 여유로워 보여요. 스타에서 배우로 발전해가는 모습도 보이고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을 하면서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이 많이 와 닿았어요.

  • 트위터에 자신을 '망상가'라고 표현했던데 어떤 의미에서죠?

    생각하고 상상하는 걸 워낙 좋아해요. 어쩔 때는 기괴한 상상에도 빠져요. 제가 외모와는 다르게(웃음) 은근히 그로테스크한 사진이나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호접몽을 꾸는 걸 좋아한다고나 할까요?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상상하면서 "이게 현실일까, 꿈일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망상가'라고 한 것 같아요.

  • [써니]에서 나미가 20년 후쯤의 자신에게 "너는 이렇게 되어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을 하잖아요. 20년 후의 심은경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요?

    저는 제가 어른이 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2년 후면 스무 살인데.(웃음) 어른이 되는 상상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영원히 10대일 것 같고, 피터팬처럼 나만의 네버랜드에서 이 모습 그대로 살 수는 없나 하는 상상을 많이 해요. 저는 그냥 지금의 느낌이 좋아요. 서툴지만 고민이 많고, 나만의 성장통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영원히 10대로 있고 싶어요.


    현재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심은경. 학교를 마친 후 '성인 연기자'로 우리 앞에 설 때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마음이 어때요?

    막상 미국에 가면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질까 봐 걱정이 돼요. 한국도 그리워질 것 같고. 그래도 정신 차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평범한 은경이로 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