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동영상이 화제다. 강아지 계열 17번에서 엄청난 폭소가 터졌다.
"고등학교 때까진 나도 열심히 욕을 했다. 청소년기 남자 아이들은 원래 욕을 많이 하고, 나도 그랬다. 그래도 강아지 계열 17번까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개십당나구리? 이런 건 원래 대본에 없었다. 감독님 애드립이다. 촬영 현장에서, 인권아! 너 이거 아니? 하면서 일일이 가르쳐 주셨다. 열심히 배워 잘 써먹었다. 하하."
"작정하고 사기 치는 사기꾼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다 보니 사기를 치게 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소꿉친구 용철이 몰래 용철이의 노래방을 담보로 어머니 수술비를 대출받고, 부탄사람으로 분해 이주노동자로 사는 걸 보면 전반적으로 사기꾼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서, 사기를 칠 수밖에 없는 사람 같다. 암울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착한 놈이 사기꾼이 될 수밖에 없는 더러운 세상~ 이랄까. 하하"
"극중 방태식이 '부탄에서 온 방가입니다' 이러면 관객들이 빵 터졌다. 이때 우린 모두 공범이 됐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에 비해 우리가 우월하다는 걸 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모두 빵 터진 게 아닌가 싶다.
나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우리와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았다. 한국 사람에게 동남아라고 부르며 놀리는 것 자체가 차별적 인식이 깔린 게 아닌가. 물론 내가 극적으로 더 희화하고 비굴한 코믹 캐릭터로 극화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 생각할 지점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외국인 출연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한국에서 그 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편협하고 편향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든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하대하거나 함부로 대한 일은 없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영화에서 방태식이 이런 말을 한다. '동냥은 못해도 쪽박은 깨지 말아라'. 보수적으로 우리 이익만 챙기려고 하고 그들에게 위협을 느끼면서 매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사는 모색을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취업백수. 이 문제는 사실 내 문제이기도 했다. 한국영화가 사라진다고 할 정도로 충무로가 한산할 때 나도 되는 게 없었다. 한국영화에 거품이 사라지면서 영화가 한 편도 안 들어가 솔직히 나도 고생을 상당히 했다.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을 했지만 좋은 직장 구해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나는 스물여섯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무작정 정착한 경우지만, 이제 막 결혼하는 내 친구들은 아기 낳는 문제, 생활하는 문제로 고민이 많다. 맞벌이 안 하면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오늘의 현실 아닌가. 내 친구도 나도 모두 마찬가지다. 양육비가 만만치 않다. 한국에 살며 애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문제겠지만.
- 배우로서 외모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서 성형외과에도 갔던 건가. 코 때문에 성형수술을 하려고 병원에 갔으나 원장님께서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 파르디유 같은 개성을 보이는 코라고 해서 도로 왔다는 후문도 있다.
"솔직히 나는 조연배우다, 이렇게 규정하고 살다가도 문득 어디 가면 서러울 때가 있다. 언론시사회 할 때도 주인공들에겐 질문이 쏟아지는데 우두커니 앉아있어야 할 땐 정말 서운하다. 어떤 시나리오를 보고, 아~ 이 역할, 나도 하고 싶은데 하지만 잘 안 써준다.
모질게 얘기하는 사람들 중엔 '너를 주인공으로 캐스팅 하는 감독은 정신 나간 감독이야!' '너는 평생 조연만 해야 돼!' 이런 분도 계셨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지만, 내가 하는 일에선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없구나 자조도 많이 했다.
방태식이 부탄 사람이 되면서 자기 자기를 찾았듯이 나도 <방가? 방가!>를 통해 다시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잠시나마 위로가 되어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 그래서 성형외과는 간 건가, 안 간 건가?
"아~ 정말 갔었다. 연예인들이 많이 간다는 압구정동의 모 성형외과에 가서 저렴한 가격으로 견적까지 받았다. 만일 내 코를 고쳤다면 결과가 나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수술하기로 마음먹고 고등학교 때 아주 똑똑했던 내 친구를 만났다. 소속사 문제나 영화를 선택할 때,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만나는 소중한 친구다.
걔를 만나 차 마시면서 '야, 이 얼굴 마지막이다, 내일부터 내 얼굴은 이제 다른 얼굴이 될 거야' 그렇게 말했더니 이 친구가 아주 정색을 하고 절대로 얼굴을 고치지 말라고 했다. 만일 내가 얼굴을 고치면 그때부터 충무로에서 날 찾는 감독이 없어질 거라고 했다. 영화계에 잘 생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과 경쟁할래, 니 얼굴이라야 배우가 될 수 있는 거지, 얼굴 고치는 순간 일이 안 될 것이라고 막 얘기했다. 내가 귀가 좀 얇다. 그 친구 말 듣고, 그래? 안 할 게! 했다."
"솔직히 얼굴 때문에 주연 못한다고 생각한다"
- 얼굴 때문에 주연을 맞지 못한다고 생각했나.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 때문에 주연 섭외가 안 된다고 생각 많이 했다. 영화는 그나마 나은데 드라마는 솔직히 얼굴이 크게 작용한다. 연기력보다는 배우의 외모가 더 중요하다. 대사는 또박또박 잘 전달하기 때문에 기본은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드라마는 리얼리티 연기를 배제하기 때문에 충분 조건은 외모다. 외모가 굉장히 중요하다. 드라마를 할 경우에는 서운할 때가 많다. 감초 역할로 분위기 띄워야 할 때, 참... 나도 하고 싶은 스타일의 연기가 있는데, 섭섭할 때가 있다.
반대로 영화는 티켓 파워가 존재한다. 배우의 조건이 외모보다는 연기력에 방점이 찍혔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나는 외모에 개의치 않고 분수를 알고 열심히 할 생각이다. 겸손? 아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말죽거리 잔혹사> 등에서는 주로 리얼하지만 비호감인 연기를 많이 했다. <해운대> 이후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 같은데.
"<해운대>를 통해 호감형으로 바뀐 건 분명하다. 그 점에서 윤제규 감독님이 참 고맙다. <해운대> 이전 평가는 연기는 정말 잘하는데 진짜 비호감이야 이랬다. 그런데 윤 감독께서 예언하신 대로 <해운대> 전과 후로 나에 대한 평가가 180도 바뀌었다.
김인권, 연기는 잘 하는데 아우 섬짓해! 이게 아니라 좋은 추억을 갖고 극장에 나올 관객들이 <해운대> 이후 생긴 것이다. 그 가능성을 주신 분이라 너무 고맙다. 그래서 <방가? 방가!>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해운대>가 없었다면 나는 이 영화의 주연배우로 물망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 김인권씨는 정말 자신이 맡은 역할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배우랄까. 극적 요소보다는 리얼리즘을 느끼도록 한다. 평소 무슨 노력을 하나.
"예전에는 정말 온갖 방법을 다 썼다. 내가 맡은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그 인물과 관련된 영화들, 그 인물의 연기를 소화한 배우가 출연한 영화까지 다 봤다. 시나리오 상 이 인물이 어떤 근거를 갖고 이렇게 움직이는지 연구도 했다.
인물의 역사를 꾀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고, 이 인물이 이 영화에서 나오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할까, 습성과 버릇, 이상형 등등 닥치는 대로 다 연구하고 찾아보고 고민했다. 이젠 어느 정도 체득된 게 있어서 요령이 좀 생겼지만, 예전에는 정말 치열했다.
극중 방태식, 방가는 부탄 말의 패턴에 변화를 주었고, 방태식의 고향인 충남 금산과 합치되는 지점에서 점차 사투리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조율했다.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그 근거는 어디에 있나, 더 나아가 혹시 편집될지 모르는 장면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만들어주는 방법으로 인물을 연구했다. 수학적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 같다."
"선생님 저 왜 때리셨어요?" vs"너는 그냥 맞아야 할 것 같아서"
-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명장면이 나온다. 친구를 펜으로 찍는 연기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었다. 학창시절 좀 맞았나?
"고등학교 때 볼펜으로 찍고 의자로 책상 내리찍는 애들 많았는데.... 욱 하는 애들이 꼭 있었다. 나도 뭐. 아마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대로 해서. 그래서 군대 가서 참 힘들었다. 워낙 자유스러운 스타일이고, 하기 싫은 것은 어떻게든 안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중학교 땐, 선생님이 갑자기 와서 몽둥이를 들고 '엎드려!' 하셨다. 흠씬 맞은 뒤에 일어나서 '그런데 선생님 왜 저를 때리셨어요?'하면 '너는 그냥 맞아야 될 것 같아서' 이러셨다. 옆반 담임이자 체육 선생님이셨는데 솔직히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된다.
고등학교 때는 '너 문제아니?' 뭐 이런 소리를 듣긴 했다. 고2 때 정신 차리고 차라리 학생회장이 되니까 선생님들이 건드리지 못했다. 그나저나 나는 자유주의 성향을 갖고 있긴 했지만 볼펜으로 누굴 찍는다는 생각은 못했다.
친구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어줄 가정적 '빽'이 없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또 아무리 욱 해도 고등학교를 잘릴 순 없었기 때문에 참았다. 그냥 졸아서 살았던 것 같다.
아버지가 부산에서 하시던 사업이 망해서 엄마와 나, 아버지 모두 서울-대구-부산으로 흩어져 살았다. 이때 엄마가 어떻게든 날 강남 8학군에 넣으셨는데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서울 유학생활'을 했던 느낌이 든다. 여행사를 운영하셨던 어머니는 주로 해외에 계셨고, 나는 할머니와 함께 강남 일원동 반지하방에 살았다. 결혼하고야 겨우 나름대로 가정을 갖추고 살게 됐다."
- 배우로 명성을 날리면 돈도 벌고, 영향력도 커지고, 또 어릴 적 생각했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어느 인터뷰 기사를 봤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대변인이 돼서 그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이라고 피력했는데, 한국적 현실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은 어떤 계층이라고 생각하나.
"구두노동자, 택시기사, <방가? 방가!>에서처럼 이주노동자. 나는 주로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관객이 보기에 나보다 못한 사람 역할을 많이 했다. 사명감이랄까 솔직히 그런 게 생겼다. 앞으로도 소외계층 연기를 하면서 그들의 문제를 전면화 하고 싶다. 단, 거부감을 주는 게 아니라 웃으면서 뭔가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나는 내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즐겁게 웃는 게 좋다. 그게 하느님이 내게 주신 달란트 같다."
- 가장 소외된 계층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많다고 본다. 이주노동자가 베스트일 테고. 밤의 유흥가를 책임지는 분들, 여장하고 게이바에서 일하시는 분들.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지만 정말 쪽박을 깨고 싶은 상황에 처한 분들이 얼마나 많겠나. 우리 사회 음지에 계신 분들이 많다. 사회에 악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도당하는 분들, 나는 그분들의 편이 되고 싶다. 그런 역할이 내게 맞는다."
- 장애인 연기도 도전할 의향이 있나.
"아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하하하."
- 할리우드 영화 <아이엠 샘>에서 진짜 바보가 된 숀 펜은 수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포레스트 검프>에서 완벽한 바보 연기를 해낸 톰 행크스보다는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배우가 더 김인권적이라고 생각하나.
"미국의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이 이런 말을 했다. 숀 펜은 바보가 됐지만, 톰 행크스는 바보인 척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연기란 그런 것이다. 나는 이 얘기가 무슨 소린가 싶어 계속 돌려들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이렇다. 숀 펜은 코미디 없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이 아니라 아주 심각하게 그 문제를 이끌었고, 톰 행크스는 그 반대였기 때문에 대중의 평가가 달랐던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숀 펜의 연기력으로 <포레스트 검프>에 출연했다면 그 영화는 더 히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장애인 역할을 맡게 된다면 심각하게 하는 건 잘 못할 것 같다. 코미디가 담긴 연기라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뭐랄까 웃는 와중에도 우리의 잘못된, 편협한 시각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야 내 연기가 살 것 같다.
<방가? 방가!>도 코미디지만 사회적 메시지 전달은 분명히 할 것 같다. 하하. 내가 코믹하게 풀고 싶은 까닭은 사실 코미디가 아닌 상태에서 리얼로 소외계층 연기를 한다면 너무 지독하게 할 것 같다. 그건 나도 두렵다. 차라리 코미디라면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숀 펜, 톰 행크스 그리고 김인권
- 성룡, 짐 캐리 영화에 심취했고, 심형래, 이주일 개그에 열광했다고 들었다. 김인권씨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박지선씨를 만나면 서로 통하는 게 있어 반갑다. 매체가 다를 뿐이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라는 매체에서 일하지만, 계보를 따지자면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매체로 하는 코미디언.
배우로서 내가 가고 싶은 최고의 경지는 코미디언이다. 희극배우. 코미디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찰리 채플린은 <독재자>를 통해 위협적 존재가 됐다. 또, 코미디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아직은 내가 코미디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코미디언은 가볍고 헛소리나 찍찍하며 웃기고 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정치코미디도 욕심이 있나.
"그건 잘 모르겠다. 와 닿는 부분이 있다면 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 뭘 선택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코미디 배우로, 코미디 영화에 쓰이는 도구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정도다."
- 대중들이 보기에 배우는 화려해보여도 정작 한 작품 끝나면 다음 작품까지 뭘 하나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스타도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회인인데, 생활인 김인권이 가장 걱정하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애를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내가 임신 7주째인데, 벌써 우린 셋째다. 하하. 2세를 많이 낳으면 그 아이들을 통해 국가적 복이 굴러오지 않을까 싶다. 아이 자체가 가져오는 복이 있을 테니까. 하하. 대범하게 아이들의 복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맡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아이들은 나라의 보배니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