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나나 이야기

with-akira@hanmail.net 2014. 8. 24. 21:37

며칠전 밤 12시쯤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우는 냥이 소리가 들렸다.

하필 이 늦은 시간에,,저건 발정? 아닌데,,새끼 목소리 같은데다 교태?스런 목소리가 아니라 악에 받친듯한..앙칼지고 엄청 큰 목소리,,아이고,,저렇게 크게 울 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다. 아옹~~아~~오오오옹~~~아옹~~아옹~~그야말로 악을 쓴다. 반응하는 다른 고양이 소리도 없다. 사람소리도 없다. 오직 고양이 한마리 혼자서 죽어라 소리높여 울어댄다.

 

나가볼까?? 배고픈가?? 아닌데? 배고픈 목소리도 아니구만..배고프다고 저리 악에 받쳐서 소리 꽥꽥지르냐..

이상타..

근데 넘 피곤하다..도저히 나갈 엄두가 안난다. 출근하려면 지금 잠들어도 모자를판에..

에라 모르겠다..하고..잠을 청하다..ㅠㅠ

 

근데,,그 담날도 그 담날도..밤늦은 시각이 되면 악에 받친듯 빽빽 소리지르며 우는 냥이 울음소리가 온동네를 떠나가게 할정도로 울려 퍼진다. 여전히 아무도 아는척 안하는ㅜㅜ..

 

낼은 나가봐야지,,에구 울려면 좀 일찍 울든가,,왜 밤 12시냐..하필..인사불성인 이 시각에 그렇게 울어재끼면 사람들이 뭐라하겠나..ㅠㅠ

 

그 담날인가 또 냥이 울음소리가..다행스러운 건 이제 겨우 밤 8시쯤? 대체 어느 방향이냐? 나가보자..해서 동네 한바퀴를 돌다. 제발 배고픈? 냥이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사료 들고 구석구석 살피면서 돌았다. 비는 추적추적..

 

혹시나 하고 동네 공원까지 가봤는데,,한 귀퉁이에서 술마시고 담배 피우면서,,모자 쓴 머리 위에 라이터 불 붙이며 장난치는 고딩들 몇 명만 발견했다. 술냄새 풀풀~~담배연기 솔솔~~일 땐 아는 척 할까말까 하다가..급기야 머리에 불까지 붙이면서 노는 걸 보곤 그야말로 식겁~~아는 척 할 밖에..ㅠㅠㅠ 아이고 야이놈들아 장날 칠게 없어 불장난이냐,,것도 지 몽뚱이에다가...ㅠㅠ 속으로 기가 막혀하면서도..겉으론 최대한 침착하게...아이고~~ 얘들아 그렇게 불장난하면 안되지,,하면서 접근했다..웃으면서..그래도 걱정해서 다가온 걸 아는지,,헤헤 거리면서 멈춘다..몇학년? 고2요,,그래? 근데 술냄새가 풀풀나네? ㅎㅎ 녀석들 그래도 민망한듯 웃으면서 얼버무리면서,,지네들 술 안마신단다.. 놀던 자리 술병등등 쓰레기 깨끗이 치우고 가라했더니,,네~~하고 대답까지,,착한 놈들...첨엔 좀 무서웠는데,,,짜식들~~ 친구들과 술먹고 담배피고 심지어 머리에 불붙이는 장난까지 치는 놈들일 지언정 애들은 애들이다...어른들이 관심갖고 살살 달래면서 말하면 듣는 척~!!은 한다..그래 이놈들아...지발~~집에서 좀 얌전히 놀아라~~사고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그 길냥인지는 못찾나부다ㅠㅠ..하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어머나..

이 비오는 날,,

추적추적 비는 내리는데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길바닥 물을 할짝거리고 있네,,

아이고,,시상에 목말랐구나..넌 누구니? 엄청 깨끗하네?,,길냥이치곤,,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그래 길바닥 빗물을 마시고 있냐..ㅠㅠ

배도 고프겠지?,,하고,,얼씨구나 사료 꺼내들고 녀석에게 아는 척을 했다..

 

이놈 길냥인줄 알았더니,,사람 보고 겁내지도 도망도 안가고 냉큼 냐옹~~하면서 인사를 한다.

사료를 내밀었더니,,허겁지겁이 아니라,,본척만척..이론~~배 안고파??

어디 사람들 눈에 안띄는 곳에 사료 두고 먹으라 할 때 없나 싶어서 이놈 목덜미 움켜잡고 안고서 같이 찾아나섰다.

녀석이 안겨서 나와 함께 길을 가면서도 별 반항이 없다.

적당한? 곳에 사료를 두고,, 너 여기 기억했다가 나중에 배고프면 와서 먹어~했지만 알아듣는지 못알아듣는지..

이놈 길냥인 아닌가부다,,사람손을 너무 탓는지 잘도 안겨 있는데다가 자꾸 안떨어질라 그런다..

난 니가 나타나는 장소만 알아두려고 했던 건데...ㅠㅠ

할 수 없다..다시 원위치로...그놈 발견했던 곳에 다시 데려다 놓고 집에 돌아오려 길을 나서는데,,이놈이 냐옹 거리며 쫓아온다..헉~~~아니,,,그래,,그럼 집에 가보자꾸나...안고서 집에 데려왔다..

아니나 다들까..난리가 났다..예삐들이랑 이놈은 서로 보자마자~~기겁한 목소리로 소리란 소리는 다 질러댄다~~

냐옹~~~냐~~~옹~~캬악~~학~~으르릉~~~냐~~~앙~~

이런 이런 한밤중에 집에서 냥이전쟁 치를 일 있냐,,,,ㅠㅠ

 

할 수 없이 다시 원위치,,그래 널 원래 있던 곳에 다시 데려다 놓아줄께,,어차피 우리집엔 원래 살던 놈들 땜에 너두 괴로울 거야,,그지?

그런데 웬걸,,,그놈 발견한 곳으로 데려다 두었더니,,또 쭐래쭐래 쫓아온다,,,아주 부지런하게 바삐 걸으면서 냐옹 냐옹~~~나두 가,,나두 델구 가~~하는 것처럼,,,ㅠㅠㅠ

 

내가 냥이족속들을 워낙 좋아하지만 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날 쫓아 온 경험은 단한번도 없었기 땜에

어렸을 적 읽은 빨간머리앤; 앤을 쫓아오던 냥이 이야기 나오던 부분 솔직히 지금까지도 부러워하고 있던차였는데,,

오~~흑~~세상에 나에게도 드뎌 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이렇게 좋다고 쫓아오는 일이 다 생기는구나,,ㅠㅠ하면서도

집에 다시 데려가 말아? 아이고,,이 비오는 날,,,이 놈 이렇게 오갈데도 없어보이는데 밖에 둘수도 없고,,,아직 새낀데

누가 버렸을까,,,ㅠㅠㅠ 이렇게 사람을 잘 따르는 걸 보니..쥔한테 버림받고 엄청 정에 굶주렸던가 보다..

아직은 새끼인데 혼자서..이 드넓고 삭막한 아파트 촌에..어디에 몸을 숨겨야 안전할지도 모르는 곳에..

 

결국 다시 데리고 집에 왔다. 역시나 벽력 같은 놀란 고양이들의 한바탕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안방 안에 나와 이놈만 있고 다른 놈들은 전부 밖에 두었다. 아,,너였구나,,오밤중에 온동네가 떠나가라 빽빽 울던 놈이..

고양이 목소리가 이렇게 클수도 있다는 걸

 

이놈 첨엔 밥도 안먹고 빽뻑 거리며 나만 쫓아다닌다.

화장실 갈 때도 쫓아오고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엄청난 목소리로 냥냥 거리며 나를 쫓는다..ㅠㅠ

혹시 분리불안증??

어쩐다냐 나 출근해야하는데..ㅠㅠ

그놈 안방에 홀로 사료랑 물이랑 화장실 이랑 같이 가둬두고 출근할 밖에..

 

밖에선 다른 냥이들이 안방문 안 열어준다고 난리고

안에선 이놈이 지 혼자 가둬두고 나간다고 난리고

 

퇴근하고 와봤더니 사료는 입도 안댔다..

아니,,하루가 지났는데...너 배 안고프니??

 

제발 뭣좀 먹어라,,아가..ㅠㅠ

 

다시 밤이 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어디 삐쩍도 못하게 엄청 큰소리로 냐옹거리면서 나만 쫓아다닌다,,

어쩌지..

밥도 안먹고

발에 치일정도로 쫓아다니고,,

밤에도 내 목주변에 감겨있다시피 하다가 화장실 갈려고 일어나면 늑탈같이 따라 일어나 냐옹거리며 발에 채인다...ㅠㅠ

아이고,,완전 분리불안증이네,,,ㅠㅠ

 

다시 집에 와보니 녀석이 미친 듯이 반긴다..엄청 큰소리로 냥~~~냥~~

그래 그래~~

이제 사흘째니 그냥 합사해리자,,

언제까지 혼자 가둬둘 수도 없고..

밖에 있는 놈들은 전부 지 자리 뺏겼다고 안방 문앞 지키고 앉아서 으르렁 거리고 있는데,,,

 

근데 이놈 참 미미를 많이 닮았다..그래서 이름은 나나~~

 

이렇게 나나는.. 나에게 왔다.

 

 

근데 나나,,,이젠 밥도 잘먹고 딴놈들하고도 대면대면 그럭저럭 적응도 해가는데,,

잠을 안 잔다..!!

 

나비야,,,너 고양이잖아..

냥이는 원래 하루 16시간은 자야하는 거 아냐??

이놈은

 

모두가 잠 잘 때도 고개를 들고 있다,,,밤새~도록.. 뭐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망보는 거?

어떤 놈이 달려들기라도 할까봐??

 

이렇게 나나는 잠을 거의 안 잔다..요즘..내내...ㅠㅠ

나를 지키는 건지,,

자신을 지키는 건지..

내가 잘 때면 그렇게 내 옆에 딱 지키고 고개 들고 앉아 있다..

 

내가 없을 땐,,더 못자는 거 아냐?

온통 낯선 냥이들뿐인데...ㅠㅠㅠ

 

이젠 밥도 잘 먹는 놈이..

잠도 좀 자라고요.,,ㅠㅠ

나나,,,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