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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털은 인체의 완벽한 방어체계를 뚫을 수 없다

with-akira@hanmail.net 2015. 3. 20. 17:38

동물 털은 인체의 완벽한 방어체계를 뚫을 수 없다.

개나 고양이를 키울 때 문제 중 하나는 '털'이다.
동물에게서 빠진 털이 날려 아기에게 해를 입한다는 것이다.
'개 키우는 집 아기가 죽어서 부검을 해봤더니 개털이 기도를 막았다.
폐를 막아서 숨이 막혀 죽었다.' 는 말은 유명 연기자의 이름까지 거명되며 진실처럼 떠돌았고,
심지어 개털이 뇌, 심장에 침입해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굳이 의학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어도 이런 괴담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말인데도 실제로 믿는 사람이 많다.
사람의 인체 구조가 그토록 허술해서야 어디 70~80년을 살 수 있겠는가.

인간의 장기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닫혀 있는 장기와 외부와 소통하는 장기로 구분할 수 있는데
외부와의 소통이 필요 없는 장기는 대부분 몇 겹의 보호장치로 싸여 철저히 폐쇄되어있다.
가장 철저히 보호되고 있는 장기가 바로 뇌와 심장이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연약한 장기이기 때문에
가장 두껍고 무쇠보다 강하다는 두개골로 싸여 있고,
그 안에는 웬만한 소가죽보다도 질긴 경막이라는 막으로 또 한 번 싸여 있다.
거기에 혈관과 연막으로 이루어진 장벽이 다시 한 번 뇌를 감싸서,
세균은 커녕 바이러스조차 뇌막을 뚫지 못한다.

심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갈 수 있다면
사람은 개털 이전에 수많은 먼지와 세균 때문에 살아남을 수 없다.

외부와 소통하는 장기는 호흡기와 소화기, 즉 페와 위장이 대표정이다.
인간은 이 장기를 통해 외부로부터 물질을 받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다.
또 물질을 외부로 배출하는 비뇨기와 여성의 생식기도 부분적으로 외부와 통해 있다.
이런 장기는 외부와 소통하는 장치와 나쁜 물질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것을 막는 장치를 모두 갖추고 있다.
개털과 고양이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논란거리로 등장하는 폐는 수십 가지의 보호장치를 갖고 있다.
외부 이물질이 호흡기로 들어가면 비강, 후두, 인두, 기관을 지나는 과정에서 모두 처리되고
기관지, 세기관지, 모세기관지, 폐포에는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
만약 동물 털이 코로 들어간다면, 가장 먼저 거쳐야 할 장벽이 바로 콧속의 코털이다.
코털은 체와 같은 역할을 하여 눈에 보이는 먼지의 대부분을 걸러낸다.
따라서 동물 털은 대부분 이 장벽조차 통과하기 어렵다.

운이 좋으면 코 안의 뒤쪽에 있는 텅 빈 공간인 비강까지 들어갈 수 있다.
비강 벽에는 수많은 섬모가 있으며 끈적끈적한 점액이 깔려 있어서 코털에서 걸러지지 않은 먼지를 잡는다.
개, 고양이 털을 포함하여 눈에 보이는 크기의 먼지는 비강에서 최후를 맞는다.
만약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다가 털이 넘어갔다고 해도
후두에도 비강과 같은 구조가 있으므로 결국 기관지에 다다르기 전에 다 처리

그렇다면 코털과 비강에서 걸린 동물 털은 어디로 갈까?
그대로 기관지로 넘어갈까? 그렇지않다.
점액과 뭉쳐진 이물질은 후두를 거쳐 우리가 흔히 '재채기'라고 하는 강력한 방어작용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고 배출되지 못한 것은 후두 뒷벽을 타고 식도로 넘어간다.
소화기로 넘어가면 '위산'이라는 강력한 소독제를 만나게 된다.

pH2 정도로 청소용 살균소독제보다 더 강력한 이 산성 위산은
동물털 정도의 단백질은 순식간에 분해해 버린다.
그러므로 동물 털이 이런 난관을 모두 뚫고 폐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폐에 유해물질이 쌓이는 것이 무섭다면
눈에 보이는 동물 털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를 두려워해야 한다.
화학물질, 유해물질이 폐에 쌓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입자의 크기'이다.
폐에 쌓이는 물질의 크기는 0.5~5.0㎛ 사이이다.
0.5㎛보다 작으면, 즉 세균 정도의 크기는 일단 폐에 부착되었다가도
호흡운동에 의해 다시 밖으로 배출되거나 면역세포에 의해 처리되고,
5.0㎛보다 큰 동물의 털은 앞에서 말한 재채기를 통해 비강이나 후두에서 걸리지거나 식도를 통해 위로 넘어가게 된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 석면, 각종 중금속이 바로 0.5~5.0㎛ 크기이기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강아지, 고양이에게 털이 있다면 사람에게는 각질이 있다.
동물의 털이 날리는 것만큼 하루에 사람에게서 떨어지는 각질의 양도 상당하다.
각질에 온갖 오염물질, 세균이 붙어 있으며 역시 아기의 호흡기나 입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각질은 아토피의 원인 중 하나인 집먼지진드기의 먹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로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물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말 위험한 것은 잊고 살면서 눈에 보이는 동물의 털에만 호흡기 질환의 누명을 씌워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는 동물 털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각질이든 그런 것들을 신경쓰고 탓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자주 청소하고 환기하면서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아기의 호흡기 방어장치는 어른보다 미숙하고 약하다.
점막 두께가 얇고 안정성이 성인에 비해 떨어져 2차적 세균 감염이 잘 일어나며,
일레르겐(알러지 유발 물질)의 유입도 쉽다.
그렇다고 5.0㎛이상의 큰 입자인 동물 털이 아기의 호흡기에 더 잘 침투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코털과 점막의 점액과 섬모는 출생 시 완벽하게 갖춰지기 때문에 병적인 상태가 아니라면
상인과 마찬가지로 호흡기에 들어온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야 출생과 동시에 곧바로 노출되는 온갖 먼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므로 신생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에 대한 방어는 아직 불완전하나
개털이나 먼지와 같은 물리적 입자에 대한 방어는 성인과 같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신생아와 영유아의 호흡기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모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습도로 50~60%가 적당하다.
또 가족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람이 많은곳, 불결한 곳에 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아이가 만 7세가 되면 모든 호흡기 방어기능이 성인 수준에 도달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소아에게 있는 정신적 문제로 '발모벽' 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 머리카락을 뽑아서 먹는 것인데,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드물지도 않은 증상이다.
일시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삼킨 머리카락이 위장까지 가더라도 그 자체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드물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동물의 털보다 훨씬 굵고 강하지만
강력한 위장의 소화력에 의해 대부분 분해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려동물의 털에 대한 우려는 이만 내려 놓아도 좋을 것이다.
 
[ 출처: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