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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짓기

1억이면 집 한 채 `뚝딱`…아파트 바짝 긴장

입력: 2012-06-15 17:21 / 수정: 2012-06-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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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한옥호텔로 2007년 5월 문을 연 경북 경주의 '라궁(羅宮)'. 신라 궁궐의 조형미와 정취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평균 객실 점유율이 80%를 웃돌 정도로 인기가 많다.


주택 전문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은 최근 경기 양주시에 전용면적 60㎡ 규모의 한옥 한 채를 시험적으로 지었다. 한옥 대중화를 겨냥해 대량 공급이 가능한 한옥 모델 개발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벽체 기둥건물 주요 자재를 표준화해 공사비를 기존 신축 한옥의 절반 수준인 3.3㎡당 650만원대에 맞췄다. 실수요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신개념 주택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80년 넘게 명맥이 끊겼던 한옥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일반 주택은 물론 오피스 빌딩, 공공건물, 호텔·상가 등 상업용 건물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다. 한류 확산과 함께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택의 경우 정서적 안정감이 뛰어난 단독주택 선호층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주거생활에 부는 웰빙(well-being)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 등에는 일본·중국 관광객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15일 서울시가 북촌 한옥마을 안내센터를 통해 집계한 방문자 수는 2010년 20만5884명에서 지난해 34만8396명으로 크게 늘었다. 실제 관광객은 매년 200만~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옥 수요 확대로 부동산업계에서는 현대식 한옥 공급이 급증하는 추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년 5만5000채이던 전국 한옥은 작년 8만9000채로 늘었다. 서울 은평뉴타운과 동탄2신도시 등 택지지구에서도 한옥타운 개발은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상림 공간건축 회장은 “전통건축 개념이 반영되지 않은 채 반 세기 동안 지속된 아파트 문화에 대한 싫증이 자연스럽게 한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것 같다”고 분석했다.

호텔, 공공건물, 오피스 빌딩 등 비주거용 건물에도 ‘한옥 담아내기’가 한창이다. 경주에는 신라궁궐과 한옥을 접목한 특급호텔 ‘라궁(羅宮)’이 문을 열었다. 대한항공도 경복궁 인근에 지상 4층 규모의 7성급 특급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한옥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 한옥 건축 전문업체인 이연한옥은 올해 초 중국 헤이룽장성 닝안시에 한옥 신도시 설계를 내놨다. 전통 한옥마을과 한옥형 호텔, 한옥형 상가와 업무시설 등으로 도시계획을 짰다. 이 회사는 슬로바키아의 한 대학과 연계해 한옥호텔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한옥 전문 시공업체인 북촌HRC의 김장권 소장은 “한옥은 자재가 황토 나무 등 자연 소재여서 콘크리트보다 건강에 한결 좋다”며 “디자인 측면에서도 현대 서양 건축에 뒤지지 않고, 요즘은 두 양식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한국형 건축을 창조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