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영님 글 펌......................................................................................................................
학원 가려고 쌓던 짐을 도루 풀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지난 일주일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수많은 생각을 하였지만
막상 무언가 입을 열자니
무엇부터 말을 해야좋을 지도 모르겠고
그다지 한 말도 없는데 왠지 말할 기운을 잃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거 말곤 달리 할 것도 없어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별 기대도 안 했던 언론이었으나 그들의 보도 작태에
다시금 화가 나서 뭐라도 나불거리지 않음 내가 못살 거 같다.
언론의 작태야 굳이 내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체념했던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화가 나는 건
우리가그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이유가
단순히 그의 서민적인 모습에 대한 새삼스런 호감,
그 비극적 삶에 대한 연민,
때늦은 후회-라는 걸로만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슬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죽은 사람이 불쌍해서 슬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그'가 죽었기 때문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추모와 애도의 열기를 신기해할 거라면
그래서 왜 '그'에게 그토록 많은, 자발적인 추모가 계속되는지를 파헤치려면
이제라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제대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가난한 집에 태어나 고졸 학력으로 고학을 통해 변호사가 되었다가
인권변호사로서 민주화 투쟁을 하다 정치에 입문해서 바보같이 한길만 걷다가
온유한 여생을 마치지 못하고 비명에 간 전직 대통령.
이게 그의 전부인가.
다른 건....그래, 다른 건 알아서도 열심히 파헤치고 반복해주니 그걸로 됐다.
지난 일주일 간 무수히 반복된
정치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 다시 돌아보기.
그곳엔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자세, 태도, 마음가짐, 역경...이 있었다.
.....훌륭하다. 더없이 훌륭하다. 비꼬려는 것이 아니라
그는 그 자세와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하고 넘칠만큼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다.
다만, ............그래.
..... 언론에선 오직 그에게 그것만이 있을 뿐이다.
그가 추진하고자 했던 정책,
정책 추진의 배경도 그 정책의 가치도, 그리고 그 정책 실패의 원인 이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시선을 돌리고 말 끝을 흐린다.
대통령노무현이 얼마나 인간적이었는가가 있을 뿐
대통령노무현이 얼마나 유능한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선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규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제와 오늘
가장 큰 기대를 했던 건 엠비씨.....
엠비씨야......나는 너 때문에 더 울었다.
너마저 그러면.....대체 공영방송의 권력과 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우린 대체 어찌 하란 말이냐.
너의 침묵과 외면이야말로 언론의 추락이고 배신이었다.
케이비에스.
엠비씨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서 그랬는진 몰라도
지난 밤 방송은 괜찮았다...........그래, 괜찮았던 정도다.
절대 좋지는 않았다.
뜻밖의 평가는
방금 전, 평소 제대로 돌려보지도 않았던 채널
오비에스.
노무현이 걸어온 길-이라는 주제로 그가 추구했던 정책을 재평가하고 있었다.
나도 방송에 자극받아서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하고.
오비에스의 평가는
민주화
탈지역주의
탈권위주의
한반도 평화
기존의 평가 이상의 것은 없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더라.
그의 정책이 얼마나 깊은 통찰 끝에 나온 것이며 얼마나 힘들게 이끌고 가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지금까지 본 것들 중엔 가장 의미 있는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문젠....그저 오비에스였다는 것뿐.....과연나름 좋았던 저방송을 그 누가 얼마나 보았을까.
나도 우연히 보지 않았다면 끝까지 모르고 넘어갔을 방송.
하지만 그마저도 부족하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부의 재분배' 노력,
사회적 측면에서의 '사회적 약자의보호'와 '국토 불균형 해소'의 노력,
교육적 측면에서의 '깨끗하고 투명한 학교 만들기'의 노력.
환경적 측면에서 '친환경 정책'을 위한 노력 등.......
국가의 원수이고, 국민의 대표로서의 대통령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과 그에 따른 정책들이
과연 그 어떤 국가의 어떤 국가 원수가
이만큼의 일들을 하려고했는지 알고 싶다.
언론들아.
우린 그저
인간적인 연민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린 그저 연민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추진했던 정책이 그냥 그렇게
아마추어대통령의 헛된 망상과 실수와 무능으로 끝나버리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나의 말이, 아무 것도 모르고 군중심리에 휩쓸려 나불거리는 헛소리로 들린다면...
그래.....너희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다시 한 번 읊어 주고 싶구나.
우리가 분노하는 까닭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명명하고 확실하고 무모하게
코 앞에서 민주주의가 쇠퇴하는 꼴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고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는,
현재 유일하게 존경하고 응원했던 이 땅의 정치인이
그 후퇴한 민주주로 인해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진보로부터도 비난 받았던 두 정책
에 대한 이야기가 오비에스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잠깐 요약한다.
이라크 파병: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 자주적 외교와 더불어 설명이 됐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한반도 전체의 안보를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국,
그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주성을 지켜야 하는 복잡한 외교 관계를 논하더라.
더구나 말도 통하지 않는 부시 정부를 만나는 바람에,
3년을 참고 인내하며 설득해서 나온 것이 바로 10.4 성명이라고.
그런 국제 관계에서 결국 한반도 평화를 위해 -파병-이라는 결정을 내린게 아니겠냐, 라는 게 취지의 내용.
사실 이제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는 거지만, 솔직히 나는 이라크 파병때문이 노 대통령을 비난하진 않았더랬다.
왜냐면....그 얼마 뒤에 전시 군사 작전권을 회수한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병은 반대였지만, 그 발표를 보자니 파병 결정을 왜 했는지 알 수 있을 것같아서
파병을 결정한 노대통령을 원망하진 않았다.
나는 국민이니 파병을반대하지만 그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결단해야 하는 일도 있을 테니까.
한미 FTA:
요점은 이런 거였다.
세계 시장은 어차피 통합된다. 우리가 피하고 싶고 막고 싶어도 그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그렇게 될 꺼라면, 그런 시대 상황에 뒤늦에 휩쓸려 끌려가기 보다, 차라리 우리가 먼저 나서서,
최대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놔야 한다----노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역시.....새삼스럽지 않을 얘기다.
노 대통령은 이미, 에프티에이 반대 여론에 부딪혔을 때, 자신의 입으로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어떤 언론에서도 제대로 방송하지 않았고 그 취지를 설명하는 신문도 없었지만,
모 인터넷 신문이 이걸 알리는 바람에 볼 수 있었다.
노대통령이 인터넷을 좋아했는 건, 그곳에 자신의 지지자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만이 그가 원하는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거다.
소통의 기본은 바로, 상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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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가시는 길에 이런 글을 남겨줘서,,,정말 고맙데이...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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