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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받지 못한 사랑

그 애는그때 겨우 16살쯤..?

대낮에 남들 학교 가는 시간에 오피스텔에 엎어져 있던 그 또래 친구들,,

널부러진 옷가지들,, 수북히 쌓여있는 담배꽁초, 먹다 마신 소주병들,,

무섭게 야리는 눈으로 불청객을 바라보는 싸늘한 아이들,,

너희들은 왜?...이 시간에,,,

학교는?

안 다녀요~ (에이, 귀찮아,,저 인간은 또 모냐?..하는 표정들,,)

고딩도 아니고,,중학교 중퇴했다는 아이들이 오글오글 그아지트에 모여 있었다..

쌀도 없고, 반찬도 없는 오피스텔에서 아이들과 종일함께 뒹구는 술과 담배와 부스러기 과자들..

저녁시간이 되면 슬글슬금 학교를 마친 또 다른 친구들이 합세한다..

그 좁은 방에 열명 가까이 되는 남녀아이들이 혼숙을 한다..

밤새 놀고 떠들고 마시고 피우고,,,

옆집에서 경비실에서 들어오는 민원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들,,

그래서 그런 아이들 무더기에서 그애를 발견했을땐 오히려 충격이었다.

아니 저렇게 곱상하게 생긴 아이가,,

남자아이가 정말 예쁘장하게 생겼다..누가 봐도 엄마품을 못 떠났을 듯 싶은 여린 소년,,,

삐딱하게 말하던 불량해 보이는 그의 친구들을 보다가 그애를 보니 천사 같았다..

말도 얌전하게 하는 예의바른 아이다..

아버지가 얻어준 오피스텔에 친구들을 불러모아 하루종일 빈둥거리면서 산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저렇게 이쁜 얼굴로 서슴없이 피우는 담배라니,,,

불규칙한 식사와 시도 때도 없이 마시는 술은아름다운 그 소년의 배를 뽈록하게 만들어 버렸다.

미성년자는 아직,,담배를,,피우면 안 돼,,,,엄마가 뭐라 안하시니? 아빠는? 이런 잔소리쯤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말, 말들,,

엄마는 외국에 계신데 엄마도 담배 피우고 누나도 담배 펴요..아빠가 라이터 사주셨어요..선물로,,

밥은? 제때에 먹기는 하는 거?...(묻는 내가 바보지,,)

집에는 티비도 없다. 컴퓨터도 없다..책도,,,없다...

그들은 티비 같은 거흥미 없다. 컴퓨터도 싫어한다. 책은 더더구나 관심 없다. 심지어는 만화책도 귀찮다..

그냥 그렇게 하루종일 학교와 집에서 해방된 아이들은 그곳에서 뒹군다..

낮에는 자고,,,밤에는 신나게 놀고,,,가끔 알바해주고,,,

어느날,, 그애는 주유소에서 하루종일 알바를 한다고 했다..

왜?.../ 합의금 물어줘야 해요,,,

뭐?...무슨 합의금?,,,/ 절도로 걸렸어요.

뭐라고?!...얼마나 물어줘야하는데?.../ 한 200쯤?

..아빠는? 합의금인데 안 물어주신대?/ 아빠가 법대로 처리하라고 해서 합의금 안 물어주면 저 감옥가요..

어디서 훔친 건데? / 편의점요,,알바하던 편의점,,

세상에,, 그 많은 돈을 한꺼번에 훔친 거?.../ 아뇨..

그럼?.../ 매일 만원 정도씩 표시 안나게 훔쳤어요..

근데 어찌 걸린 거?../ 카메라에 찍혀서,,

혼자서 했니?.../ 아뇨,,,밤에 편의점 놀러오던 친구들이랑,,

(그니까,,주인이 알면서도 지켜보기라도 한 거?...그 액수만큼 빵구날 때까지?...뭐냐 대체..)

그래서 그 돈 다물어줄 때까지 일해야해요,,,

왜 훔쳤니?.../ 생활비가 없어서요..

아빠가 주시잖아..../ 부족해요...

(아,,어쩌다가,,,아가,,,있잖아,,,도둑질은 말야,,,그건 하면 절대 안 되는 거야,,)

너,,있잖아,,혹시,,안 걸리기만 한다면 또 도둑질 같은 거 할 수도 있니?...../ 네..

...자존심도 없는 행위야,,그런 짓을 한다는 건,,,/ 자존심요? 저 그딴 거 없어요..

자존심,,,자존심,,,그애는 세상이 버겁고,,생각하기 싫고 그런 곳이다..

무슨 얼어죽을 자존심,,,사는데 지장만 있을 뿐,,,

아이들이 뭔가를 훔치는 것은,,,당장 돈이 필요해서,,,겠지만,,

심리학자들은 그렇게 말한다..그들이 훔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사랑이라고,,

자신이 받지 못했던 사랑,,,그러나 여전히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랑,,

그들의 성장기에 꼭 필요한 육친의 사랑,,,,

그애도 부모는 멀쩡하게 살아있었다...부모가 가난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헤어진 부모는 이 아이를 그냥 버려두었다,,누구도 데려가서 떠맡지 않고,,

오피스텔이나 얻어주고,,매달 생활비나 조금씩 주면서,,

술을 마시던, 담배에 쩔어 살든,,밥을 제때에 못 챙겨먹든,, 학교에 다니든 못 다니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포기한다고 했다,,,왜냐고? 아이가 말을 도통 안들어서,,,

참나,,,자기네들이 끼고 살아야되잖아,,

말을 듣던 안 듣던 밥은 해먹이면서 데리고 살아야하는 거잖아,,

미성년자라구,,그애들은 독립해서 살아갈 수 없는 미성년자들이란 말이다...

지네들끼리 놔두면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단 한끼도 제때에 안 챙겨먹고 배고프면 라면이나 끓여 먹고

돈 생기면 술과 담배나 사대는 미성년자들이라구,,,

무심한 부모들,,,자식들 포기해 버리고 사는 부모들,,

지 새끼들을 방치해 버리는 부모들,,,

탄식 밖에 안 나온다,,,

세상에 누가 저들을 부모라 했나,,

아이들은 생각을 멈춘것 같다..

그들이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자신들을 방치해놓고 잘도? 살아가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생각 없이,,하루하루 별 근심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

그러나 기죽어 있는 아이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야망과 꿈을 접은 아이들,,,그 무엇에도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들,,

그냥 하루하루 놀며 지내는 게 좋은 아이들,,,

그들은 함께 해주는 부모가 없다,,

그래서 함께 해주는 친구가 너무나 아쉽고 귀하다,,

오는 친구 안 막는다..몇시에 오든 몇날을 집구석에서 뒹굴든,,,

그들끼리 모여 끼리끼리 복작복장 너구리 굴속에서 담배 태우며 술 퍼마시며 함께 뒹군다..

도둑질? 절도? 그런게 뭐 어때서?..

돈이 없으면 해야지,,남의 것 훔치는 게 나빠?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부모가 돈을 충분히 안 주는데 그럼 어쩌라구,,굶어죽으란 거야?..

그들은 그렇게 훔친다,,,물건을,,돈을,,,

그들은 그렇게 훔친다,,,사랑을,,,자신들이 받지 못했던,,당연히 받아야하는 결핍된 사랑을,,

무의식적으로 훔친다,,훔친다,,자신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사랑을 훔친다,,,그게 죄인가?...

불쌍한 아이들,,,생각하기를 멈추어 버린 아이들,,

그들이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철학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그들의 정서 상태가 견뎌낼 수 있을까..

자신의 처지를, 버림받은 궁색함과 처량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자기를 버리고도 멀쩡히 살아있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이 멈춘 생각이 어쩌면 그들의 정서적인 균형을 유지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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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어릴.적 입양당했다,,,

친부모는 자식 없는 친척에게 자신의 많은 아들 중에 한 명을주어 양자 삼게 했다..

멋모르던 아기 때 친척 손에넘겨진 아이,,

초등학교까지 친부모인줄 알았던 친척이 자신을 서울에 있는 친부모에게 넘겨줄 때까지는 그 아이는자타가 공인하는우등생이었다.

넘치도록 받아오던 상장으로 도배되어 있던 그 아이의 방,,,

그곳에서 그는 어쩌면 부족함 없이 사랑을 받았나보다,,

그런데,,

넘겨져서 온새로운 집,,,새부모,,아니,,친부모,,,

주구장창 만화가게만 가던 아이,,만화와 무협지와,,,

어느날 우수수 쏟아진 장물(나중에야 말했다..목록에 적혀있는 것들의 반은 그냥 매가 무서워 분 거였다고,,,,자신이 훔친 게 아니라고,,)

그애는 왜 그렇게 많은 것들(이라고해봤자 주변에서 슬쩍한 시계,계산기, 필기도구등이 전부지만,,)을 훔쳤을까?

죽도록 맞고 또 맞고 맞고,,,밤새도록 울부짖는 부모의 탄식과,,,겁에 질려소리 내울지도 못하던 그 아이,,

도마와 식칼을 앞에 두고 두번 다시 도적질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 시키던 부모,,

그 총명하던 아이가 이해할 수 있었을까?

어느날 갑자기 여기에서 저기로 넘겨져서 길러진다,,이제 친부모한테 가서 교육을 받는 거란다,,

전에 같이 살던 분들은?..그분들은 부모가 아닌 거야?

아니,,길러주신 부모지,,,이제 낳아주신 부모한테 가야하고,,

그애가 겪었을 혼란,,충격,,,

수직낙하하던 성적은,,,어느날 청천병력의 소식으로 돌아온다,,

아이의 학교로부터호출당한 어머니,,아들 성적이 너무 나빠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도 못할 거라는 얘기를

연합고사 한달전쯤에야 들은 것이다,,,

그렇게 공부 잘하던 아이가 왜,,,

그런데 딱 한번이었다,,,그 아이 누나가 그를 불러 공부하라고 책상을 정리해준 것은,,

누나방에서 그애는 군소리 없이,,공부하기 시작했고,,

한달쯤 후,,그애는 수직으로 상승한 성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혀 고등학교에 무사히 진학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만약 꼭 필요한 사랑이 결핍된다면,,,과연 그걸 무엇으로 메꿀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그것을 대체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도벽을 보면 그래서,,,억장이 무너진다,,

저들에게 도덕이 무슨 소용인가,,,죄의식이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저들에게 당연히 주어야할 것을 빼앗아 놓구서,,,도둑질 하지 말라고?

남의 물건에 손대면 나쁜 인간이라고? 그건 자존심도 없는 행위라고?

잡혀간다고?..

그래,,,영화 하늘과 바다에서 진구가 잊혀지지 않는 것도 어쩌면 이런 현실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너무 아파서,,너무 먹먹해서,,,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질 못해서,,,

그렇게 파괴당하는 아이들의 정서를,,,그들의 눈물을,,,그들의 적막감을,,,

세상의 무심함이,,그 차가움이 어떻게 달래줄 수 있냐고,,,

누군가 부모가 없냐고 고아냐고 물었을 때,,누나가 한 명 있었다고,,

천애고아는 아니었다고 애써 강조해 대답하는 진구..를 보면서 솔직히 가슴이 아렸었다..

그렇게도..사고무친의 혼자라는 건 싫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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