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불발' 임상수 감독 '가슴 답답, 나의 비극은…'"
"임상수 백인 공격 발언, 평론가들 심기 건드렸나?"
"칸 본상 수상 실패한 '돈의 맛' 팀, 포옹으로 위로했다"
27일(현지시간) 거행된 제6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에게 황금종려상이 돌아갔다는 소식이 타전됐다. <하얀 리본>에 이은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매체들은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어떤 영화인지보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수상 불발'은 기본이요, 심지어 임상수 감독의 폐막식 전 인터뷰를 언급하며 '비극' '이변'이란 수사까지 등장했다. 상대적으로 함께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수상 불발' 기사는 수적으로 적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의 맛>의 배급사는 영화제가 중반을 돌던 23일 국내 매체 영화담당 수 십 명을 데리고 칸을 찾았다. 임상수 감독의 이례적인 수상 불발 인터뷰가 나온 배경이다. 늘상 "수상 결과나 '칸의 남자'라는 수식어는 아무 의미 없다"고 강조했던 홍상수 감독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 | ||||||
|
수 년 째 이어져온 칸 경쟁부문에 쏠린 과도한 관심의 명과 암
한국영화의 칸 경쟁부문 진출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 해에만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박하사탕>이 '감독주간',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가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어 젖혔다.
이어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데 이어, 2004년 국내 흥행에도 성공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면서 대중들의 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07년 이창동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이 '칸의 여인'이 됐고,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다시 심사위원상을,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2000년대 이후 본상 수상의 가능성이 높아가고, 또 대기업의 배급망을 탄 작품들이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예전엔 없던 칸 현지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칸영화제가 일종의 정킷(junket: 영화사가 매체에 속한 영화 기자나 영화 평론가를 초청하여 영화를 시사하고 배우 및 감독을 인터뷰하는 행사)이나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 사전답사여행)의 면모를 띄게 된 것은 몇 해 되지 않았다.
경쟁 상영작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의 표현인 5~10분여의 기립박수를 두고 "칸 영화제 기립박수 격찬" 운운하는 기사가 아직까지 등장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영화제 전체 분위기를 조망하는 '전문지'다운 리포트 기사가 희박해진 현실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에 대한 집중 관심이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왜 우리 기자들은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지 않는 걸까"란 볼멘소리가 나오기까지 할까.
다만 여러 매체가 칸에 상주하는 만큼 비평가주간에서 까날플러스상을 수상한 <써클라인>의 신수원 감독 인터뷰나 감독주간에 진출한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확인할 수 있던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돈의 맛>의 수상 불발(?), 진짜 비극일까?
"영화제에서 상을 못 탄 건 비극이 아니에요. 거긴 원래 상 못 탄 사람들이 상 탄 사람들보다 많다고. 경치 좋고 날씨 좋은 칸에 놀러가서 자기 영화도 틀고 유명 인사들이랑 놀고 허세도 좀 부렸으면 된 거지, 웬 비극?"
한 영화평론가는 임상수 감독의 수상 불발 인터뷰에 이와 같은 '쓴소리'를 던졌다. 수상불발은 분명 감독 본인이나 영화팬들 모두에게 아쉬움을 던져줄 수 있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하자면, 과연 영화제의 수상불발에 '비극'이란 수사까지 등장하는 인터뷰가 등장하는 분위기가 정상적인 것인지 곱씹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국제영화제의 수상여부에 대한 경마장식 보도에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란 비판적인 목소리가 등장한지도 벌써 몇 해다.
![]() | ||||||
|
오히려 돌아볼 것은 칸영화제가 8번이나 초청하고 세 번째 경쟁부문에 오르는 등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홍상수 감독에 대한 국내 영화상이나 대중들의 관심과 대접이다. 저예산 작업으로 전환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유수의 스타들의 출연과 관계없이 국내 영화상에서 홀대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 상업성에 치우친 기준에 문제제기를 하는 매체들은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다. <돈의 맛>에 치우친 관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과연 언제까지 5월이 되면 올림픽 중계에 가까운 영화제 기사들을 접해야 하는 걸까. 또 그러한 비뚤어진 관심은 한국영화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