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때때로 쪽 대본을 받아 드라마를 찍는답니다. 대본이 다 나온 후에 드라마를 촬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을 전개해 나가면서 작가가 계속 대본을 쓰는 경우도 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촬영현장으로 그 날 거 기서 찍을 씬 대본만 전해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것을 쪽 대본이라고 한다고 하네요.
쪽 대본을 받아든 배우는 오직 그 대본만 보고 그 대본 대로 연기합니다. 다음 회에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될지 는 연기를 하는 배우 자신도 모릅니다.
쪽 대본 이야기를 듣는데, 어쩌면 우리 인생 드라마 대본도 쪽 대본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회가 어떻 게 진행될지 모르는 가운데 그저 오늘 주어진 쪽 대본 대로 우리는 인생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작가는 스토리가 잘 풀리지 않아서 쪽 대본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 드라마 작가이신 하나 님은 우리를 위해 쪽 대본을 보내 주십니다.
장래 일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불안함의 요인일 수 있겠지만, 이것처럼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싶습 니다. 내일 일을 알지 못하고, 우리가 죽을 날을 알지 못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성경을 보면 쪽 대본을 받은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아브라함도 쪽 대본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그에게 전달된 쪽 대본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아브라함은 쪽 대본을 받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다음 씬이 무엇인지 모르는 가운데 그는 쪽 대본대로 본토와 친척과 아비집을 떠났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쪽 대본은 계속해서 주어졌습니다. 어느 날은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는 쪽 대본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때도 아브라함은 즉각 쪽 대본대로 했습니다. 즉각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그 아들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산으로 갔습니다. 그 다음 대본은 아직 받지 못했지만 그는 쪽 대본대로 했습니다.
돌아보니 저도 쪽 대본을 받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입니다.‘기독상담정신의학연구회’에서 제가 “결혼과 정신 건강”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자료가 ‘목회와 신학’ 1991년 3월호와 4월호에 실렸습니다. 그 자료에는 “사회:이만 홍(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 발표: 조현삼(가정사역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그 자료를 다시 한 번 보는데 가정사역에 가슴 뛰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1991년 가을에 목사 안수를 받고 같이 안수를 받은 목사님들은 교회 개척을 위해 교회 자리를 알아보러 다닐 때 저는 가정사역을 전임으로 하려고 사무실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쪽 대본이 도착했습니다. 거기엔 “교회를 개척하라”고 써 있었습니다. 1992년 3월의 일입니다. 그 후 지금까지 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로 행복하게 목회하고 있습니다.
우리교회 꿈 중 하나가 “일만 가정 이상을 천국의 모형으로 만드는 교회”입니다. 가정사역을 전임으로 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가정이란 말은 목회란 말과 함께 제 가슴을 뛰게 하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지금도 교회 안에서 설교를 통해, 성경공부를 통해 가정 사역을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가정을 회복시키는 일, 가정을 통해 천국을 경험하게 하는 일을 섬기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 받아든 쪽 대본에 “성경을 통해 결혼을 책으로 한 번 정리하라”고 써 있었습니다. 이렇게 결혼 드라 마는 쵤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성령에 이끌리어 기쁜 마음으로 이 작업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세워지고 회복 될 수많은 가정들을 상상하면서 촬영했습니다. 결혼 안에 이런 행복이 들어 있었느냐고, 결혼을 통해 나는 천국 을 경험했다고 춤추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결혼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오늘 결혼 드라마 촬영을 마쳤 습니다. 오늘 프롤로그를 끝으로 모든 원고를 ‘생명의말씀사’로 보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하나님은 또 쪽 대본을 보내 주실 것입니다. 그 쪽 대본을 들고 내일은 또 열심히 내일의 드라마 를 찍을 것입니다. 다음 씬은 모릅니다. 그래도 평안합니다.
인생 대본을 쓰시는 하나님, 그 분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아버지이십니다. 우리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대본을, 가장 멋진 대본을 써 주시는 분입니다. 그분을 믿기에, 그 분을 신뢰하기에 우리는 묵묵히 하 루하루 주어지는 쪽 대본에 감사하며 오늘도 열심히 인생 드라마를 찍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 으로 만드실 분은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