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으로 시작하는 열차라~~~
기대했던 공포도 시원함도 아닌 보는 내내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지만
아무리 불편하게 해도 이 영화가 걸작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는 봉준호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울 뿐이고..
이때까지 아무도 영화로 만들 생각을 못했는데 그의 만화 섭렵으로 이런 작품이 탄생했으니
감독의 취미 또한 존경스럽다.
인류를 멸망시킨 무지와 죄악과 이기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계급사회의 잔인함.
고작 이 지경으로 살려고 그 오만을 떤 거야? 꼬리칸이던 앞칸이던...끔찍하긴 마찬가지..
양심의 가책과 분노로 인한 지독한 불편함 속에서도
잠시잠깐이나마 휴식이 되어주는 차창 밖의 풍경이 얼마나 절실하던지..
설령 그것이 온통 하얀 죽음의 설경일지라도
도망칠 데 없이 공포스러운 기차 속보다는 숨통이 트이는 건 왜일까.
멸망 전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을 조금이나마 옮겨놓은 앞칸 열차를 보면서
기득권층이랍시고 들어 앉아있는 잘난 인간들은 부럽지 않았지만
꼬리칸 사람들의; 순간이나마 찬탄을 불러일으켰던 살아있는 수족관이나
꽃과 열매를 맺는 나무의 한가로운 풍광이 순간 시선을 붙든다. 그래..
인간만 들어내버리면 그리도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세상이었는데..
신이 준 자연과 세상은 인간의 교만과 무지 앞에서 꽁꽁 얼어붙어버렸는데
그와중에도 깨닫지 못하는 인간들은 그저 우왕좌왕 서로를 물어뜯고 있으니...
신에게서 분리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처참해질 수 있는지.
신에 대한 경외심이 없는 교만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신이 부여해준 존엄성과 지혜는 다 어디로 가고
불쌍하고 못난 모습들만 남아서 서로를 물어뜯으며 아웅다웅하고 있는지...
꼬리칸 사람들의 절망보다 더 절망스러운;
앞칸 사람들의 오만한 마음과 히번덕이는 눈빛과 냉혹하고 교활한 입가~
그들만의 질서유지를 위한 광기어린 세뇌교육;;
인류史의 축소판이라는 설국열차..
인간이 어느 순간 자신의 존엄성을 벗어던지면
저렇게 교활하고 비열하고 공허한 악마성만 남을 수도 있겠구나.
거기에 지식과 지혜가 아무리 가미된들 차갑고 정밀한 기계보다 못하다.
비루하기 그지없던 인간들이 처절한 고통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자존을 회복하는 모습이..
그래도 기특해 보여서..
그래 최소한 저 지경은 되지 말아야지
그래 저 지경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아니, 이미 저 지경이다, 저게 인류고 우리 현실이니까..
지금 꼬락서니들을 보면 말이다.
이게 작가의 경종일테고, 이를 영화로 옮긴 감독의 시선이겠지..
고아성의 이름이 요나인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기적을 원하는 비열한 세상에 보여줄 것은 요나의 기적밖에 없느니라 했던..
그분의 말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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