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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과속스캔들’ 감독ㆍPD가 말하는 대박비결은?

기사입력 2009-01-06 08:11 기사원문보기


“처음이라서 무덤덤해요.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아직 개봉을 하고 쓴맛을 본 적이 없어서.” 500만을 돌파한 깜짝흥행작 ‘과속스캔들’의 강형철(34) 감독과 이안나(30) 프로듀서는 행복한 2009년을 맞고 있었다. 대학동기인 이들은 데뷔작을 함께 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전직 가수인 라디오 DJ로 36살 멋진 싱글라이프를 즐기던 한 남자에게 어느날 22살짜리 딸과 6살짜리 손자가 찾아온다는 황당한 설정이지만, ‘과속스캔들’은 과장되지도 유치하지도 않게 감동과 코믹이 조화를 이뤘다.

“관객수로 성공하는 것은 감이 없었고, 내가 재미있게 생각하고, 잘 봤던 장면을 좋아할까 궁금했어요. 영화가 현실화됐을때, 나름의 확신이 있었어요. 몇명이 볼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을거라는 확신, 아니 그것보다 자신은 있었어요.”(강 감독) 인터뷰 전날 새벽 5시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또 호흡을 맞췄다는 이들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과속스캔들’ 이야기를 풀어놨다.

▶유치한 포스터도 흥행에는 플러스

“대박비결을 꼽으라면, 음… 간단하게 웃음, 감동, 노래 세 가지요. 영화 자체도 좋았지만,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겨울에 개봉하는 따뜻하고 훈훈한 영화였으면 좋겠다 했었거든요. 또 경제도 어려운 불황인데 어려운 영화 이런 거 보다 밝은 영화 하나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관객과 호흡이 통한거죠.”

이어 이 PD는 포스터도 대박 비결 중의 하나로 꼽았다. 당초 ‘과속스캔들’의 시나리오 제목은 ‘과속삼대’. 이후 제목이 바뀌었지만 유치한 코미디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포스터와 제목만 봐서는 그림이 뻔하게 보이는 코미디였잖아요. 관람 전과 후 반응이 정말 다른 영화에요. 영화 흥행 잘 된 데는 기대를 안하게 만드는 포스터도 10% 정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봐요.(웃음) ‘잘 어울리는 제목을 정해주세요’ 이런 공모라도 진짜 할까봐요.”

‘과속스캔들’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강 감독의 3번째 작품이다. “두번째 시나리오 ‘인생 리콜됩니다’로 감독 준비하고 있었는데 엎어졌어요. 연출부 하면서 영화 두번 엎어지고 나니까 안 되겠다 하면서 시나리오를 계속 썼던 거 같아요. ‘과속스캔들’은 영화사에서 최초 각색을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초고의 마지막 버전까지도 남자 3대 설정이었는데, 아버지와 딸의 페이소스가 더 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딸로 설정을 바꿨어요. 아버지와 갑자기 찾아온 딸, 이 둘의 관계가 더 재미있겠다 싶어 다시 썼죠.”

충무로 침체 속에 얼핏 보면 뻔해보이는 코미디 영화의 제작은 쉽지 않았다. 특히 차태현을 제외하곤 감독, PD, 제작자 그리고 박보영, 왕석현까지 모두 신인들. 감독이 영화판에서 아직 마이너인 용인대 영화영상학과를 나온 것도 걸림돌이었다. “물론 투자받기 어려웠죠. 몇십억의 돈을 시나리오 믿고 투자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이 PD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어 다행이었죠.”

▶즐거운 ‘과로스캔들’의 현장

빠른 촬영일정 덕에 스탭들 사이에서 ‘과로스캔들’이라고 불렸을 정도지만, 현장 분위기는 늘 활기차고 즐거웠다. 대학동기인 이 PD가 보는 강 감독의 장점은 무엇일까. “장점이라, 게으름?(웃음) 강 감독은 되게 여유가 있어요. 배짱이라고 봐야되나… 신인감독인데도 현장에서 굉장히 여유 있고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현장에서 화를 낸 적이 없어요, 짜증나도 웃자고 하고. 꼭 화를 내야할 때는 둘이 미리 사인을 주고 받고, 제가 계획적인 화를 내요. 나중에 둘이 돌아가는길에 ‘아까 괜찮았어’ 이런 식이죠. 이런 분위기가 영화에 잘 묻어난 거 같아요.” ‘과속스캔들’은 2달 열흘만에 찍은 영화다. 가장 큰 배우의 부상(?)이 차태현의 입술이 모기에 물려 두배 정도 부풀어 오른 것이라는 것도 코미디 영화다운 에피소드다.

강 감독은 스스로 명대사가 없다고 하지만, “거, 사람 괜찮드만” “좀 합디다”와 같은 기동이의 대사는 관객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평소 내던지는 내 생활 속 말투에요. 시나리오를 보고 대사가 너무 길다, 깔끔하지 못하다, 어색하다 이런 반응도 있었어요. 하지만, 드라마 속 명대사처럼 그런 건 만들 줄도 모르고, 자연스러운게 좋아요.”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러움을 주문했다. “차태현씨 경우에 전작 영화를 분석했다기보다는, 토크쇼나 라디오에서 보인 평소 그의 모습을 눈여겨봤어요. 석현이는 진짜 동네 애 같아요. 웃겨야겠다는 것보다 과장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엉뚱한 멘트 잘 날리고, 동네 아이들의 모습이 실제로 그래요.” 가족영화로 곧잘 분류되지만 남현수의 성장영화인 ‘과속스캔들’은 주인공의 모습에 강 감독 자신의 모습이 녹아있어서 더욱 자연스럽다. “극 중 현수처럼 철이 없어요.(웃음) 또 현수처럼 깔끔하고 정리 잘 된 거 좋아하고, 음식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해요.”

▶다시 봐도 좋을 영화 만들겠다

“가족의 소중함을 굳이 강조하는 것은 아닌데,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거 같아요. 가족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단위고, 무슨 일이든 서로의 편이 되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더라고, 남들이 욕하면 달라지죠. 영화에서 후줄근하게 다니던 기동이가 유치원에서 왕따당하고 남들한테 무슨 소리 듣는 거 현수가 싫어하는 것처럼요.” 강 감독이 꼽는 명장면은 기동이 음악신동의 모습을 드러내며 처음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다. “소소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음악에 대한 삼대의 유전적인 특성이 도드라지지 않게 드러나는 것도 좋았구요.”

따뜻한 가족의 DNA는 강 감독 내면에 자리잡은 것이다. “제가 사랑받고 자란 캐릭터에요.(웃음) 중학교때 아버지가 비디오데크를 하나 가져오면서 영화를 본격적으로 많이 보기 시작했어요. 서부영화를 좋아한 아버지는 아들 공부는 안 시키고 밤 새가며 비디오를 함께 봤어요. 무협영화 시리즈나 장르영화도 많이 보고… 그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무척 막연했어요. 뭘 할까를 좀 늦게 찾은 건데, 인생이 이끌려 간 거 같아요. 영화로.”

강 감독의 영화에는 가족 뿐 아니라 음악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동네에서 음악 좀 듣는다 하는 애였죠. 삼촌이 가진 LP 덕에 , 아주 어릴때도 다른 애들 동요 들을때 저는 레드제플린을 들었으니까요. 영화에 음악이 중요하게 들어가고, 그런 표현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는 것인데 다음 영화에서도 그렇겠죠.”

이제 두번째 작품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강 감독은 “첫번째에서 잘 못한 거, 아쉬웠던 점 더 잘하고 싶어서, 두번째 영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신인감독다운 답을 내놓았다. “‘과속스캔들’에 대해 감사해요. 어떤 영화를 찍을까 장르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케이블채널에서 우연히 하는 것을 보더라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를 업으로 삼고 이런 걸 반복하면서 늙어가고 싶고, 관객 수가 많다고 들뜨거나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영화를 천천히 준비하고 싶어요.”

티격태격하면서도 가족같은 정을 쌓아가는 두 사람은 앞으로도 작품을 함께 하게 될까. “유머가 있고, 드라마가 강한 영화를 좋아하고, 하고 싶은 영화 톤이 비슷해요. 멜로영화나 무서워서 잘 못보는 공포영화가 아니라면 앞으로 또 함께 하게 되지 않을까요?”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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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압권은 역시 음악!!!
연주하고 노래하는 장면은 전부 명품 중의 명품~~
특히 여주의 기타연주와 노래장면, 아기의 피아노 연주 장면 최고~~!!TTTT